비즈니스
정부 지원을 받으면 제작비가 줄어드는지 묻는 분들께, 저는 견적서를 두 계정으로 나눠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판로에 쓰는 돈과 채널을 소유하는 데 쓰는 돈은 애초에 다른 계정입니다. 소상공인 온라인판로 지원사업이 채워주는 쪽은 앞의 계정이고, 견적서 총액을 실제로 끌어내리는 항목은 여덟 칸짜리 메뉴판 안에서 둘뿐입니다. 나머지는 액수가 아니라 일정과 연동 작업으로 견적에 영향을 줍니다.
두 계정을 섞으면 견적이 흔들립니다
지원 공고를 먼저 읽고 오신 대표님일수록 제작비 전체가 지원 범위 안에 있다고 기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소상공인에게 채워주는 항목은 물건을 더 많은 곳에서 팔게 만드는 쪽에 몰려 있습니다. 방송 한 번, 광고 한 편, 배송 한 건은 끝나면 소진되는 비용이고, 다음에 또 팔려면 다시 받아야 합니다. 반대로 자사몰은 한 번 지으면 남아서 계속 일하는 자산입니다. 성격이 다른 두 지출을 한 칸에 넣고 계산하시면, 지원에서 떨어졌을 때 예산 전체가 무너지거나 선정됐는데도 사이트 오픈이 밀리는 일이 생깁니다.
메뉴판에 무엇이 올라와 있는지부터 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이 운영하는 이 사업은 올해부터 여러 지원을 한 자리에서 고르는 메뉴판식 통합 신청을 씁니다. 통합 신청 칸에 놓인 것은 상품 개선, 상세페이지 제작, 콘텐츠 제작, 온라인 쇼핑몰 판매 지원, 라이브커머스 제작·운영 지원, SNS 마케팅, 온라인 홍보, 물류 서비스이며 이 가운데 넉 장까지 골라 담을 수 있습니다. 유통플랫폼 MD 상담회와 TV·데이터홈쇼핑 입점 지원은 이 메뉴판 밖에서 개별로 신청합니다. 여덟 칸을 훑어보시면 사이트를 새로 구축한다는 이름의 칸은 보이지 않습니다. 창구는 판로지원 플랫폼 판판대로 한 곳으로 모여 있습니다.
총액을 깎아주는 칸은 둘, 일정을 흔드는 칸은 넷
견적서에 적힌 줄과 메뉴판을 하나씩 대보면 답이 나옵니다. 금액이 실제로 빠지는 자리는 상세페이지 제작과 콘텐츠 제작입니다. 이 둘은 제작사가 청구하던 산출물을 지원 쪽에서 대신 만들어 주므로 견적에서 덜어낼 수 있습니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 판매 지원, 라이브커머스, SNS 마케팅, 온라인 홍보는 금액이 아니라 일정에 붙습니다. 손님을 몰고 오는 장치라서, 손님이 도착할 사이트가 그 시점에 열려 있어야 효과가 납니다. 물류 서비스는 배송 처리 방식을 건드리므로 주문·배송 연동 설정을 다시 맞추는 작업이 따라옵니다. 상품 개선은 상품 자체를 다듬는 항목이라 제작 범위와 직접 겹치지 않습니다.
여덟 칸 중 8월 30일이 적혀 있는 칸
라이브커머스 칸은 지금 신청 창이 열려 있습니다.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은 8월 20일, 이 사업에 참여할 소상공인을 8월 30일까지 모집한다고 알렸습니다. 올해 규모는 1,300개 소상공인이고, 선정되면 방송 기획과 쇼호스트 섭외에서 제작·송출, 판매와 제품 홍보까지 한 묶음으로 지원받습니다. 방송 판매 수수료를 깎아주고, 플랫폼이 가진 인프라로 전용 기획전이나 숏폼 제작이 얹히기도 합니다. 참여 플랫폼은 그립, 현대홈쇼핑, 우체국쇼핑, SK스토아, NS홈쇼핑, 오아시스, 공영홈쇼핑, G마켓, 롯데ON까지 아홉 곳이며, 신청할 때 방송할 곳을 직접 고릅니다. 방송이 나가는 화면은 그 플랫폼의 화면이지 대표님 도메인이 아니라는 점이 견적에서 중요합니다.
지원이 끝난 다음 날에 무엇이 남는지 세어봅니다
선정 여부와 무관하게 견적을 짜는 기준은 하나로 잡으시면 편합니다. 지원 기간이 끝난 다음 날에도 손에 남는 것에만 제작비를 쓰는 것입니다. 방송이 끝나면 그날의 매출은 남지만 방송 화면은 남지 않습니다. 지원으로 받은 상세페이지 이미지는 남으니 자사몰에 그대로 올릴 자리를 미리 비워두면 되고, 방송을 보고 관심이 생긴 사람이 검색해서 찾아올 주소와 그 사람이 도착할 첫 화면은 지원 목록 어디에도 없으므로 제작 쪽 몫으로 남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항목별 자부담 비율과 지원 한도는 공고문과 세부관리지침에 따라 갈리므로 금액을 견적서에 적기 전에 온판상담소(1899-0309)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지원 계정과 제작 계정을 나누면 판단이 단순해집니다. 메뉴판 여덟 칸 중 견적 총액을 낮추는 것은 상세페이지와 콘텐츠 둘이고, 나머지는 사이트가 언제 열려 있어야 하는지를 정해줍니다. 라이브커머스 칸에는 8월 30일이라는 날짜가 붙어 있습니다. 손님을 데려오는 값은 국가가 나눠 낼 수 있지만, 그 손님이 도착할 자리를 짓는 값은 끝까지 대표님 계정에 남습니다.
누끼토끼는 아임웹·식스샵·카페24로 쇼핑몰을 만들면서 이런 일정 맞춤을 자주 다룹니다. 어떤 항목을 지원으로 넘기고 어떤 항목을 제작에 남길지 판단하는 기준은 누끼토끼가 운영하는 칼럼과 강의에서 사례와 함께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