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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본법의 생성물 표시 의무를 놓고 제작 현장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은 "AI로 시안을 만들면 표시해야 하나요"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의무는 AI로 시안을 만든 제작사가 아니라 AI 기능이 붙은 사이트를 운영하는 쪽에 붙습니다. 견적에서 갈리는 지점은 만드는 과정에 AI를 썼는지가 아니라, 납품한 사이트 안에서 AI가 계속 돌아가는지입니다.
의무를 지는 주체는 '사업자'로 한정됩니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은 의무를 지는 사람을 '인공지능사업자'로 규정하고, 이를 다시 인공지능개발사업자와 인공지능이용사업자로 나눕니다(제2조 제7호). 이용사업자는 개발사업자가 제공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공지능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말합니다. 제31조는 이 사업자에게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고영향 인공지능이나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리는 사전 고지(제1항), 그리고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사실의 표시(제2항)입니다. 위반하면 시정명령과 함께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따를 수 있습니다.
AI로 시안을 뽑아 납품한 제작사는 대상이 아닙니다
법률 해설에서 반복되는 구분 기준은 "AI를 도구로 썼는가, AI 자체를 제품·서비스로 제공했는가"입니다. AI로 이미지 시안을 뽑고 카피 초안을 만들어 완성된 홈페이지를 넘긴 제작사는 도구를 쓴 이용자 쪽에 가깝습니다. AI 도구로 영상을 만드는 창작자나 콘텐츠 제작자도 같은 맥락에서 사업자가 아닌 이용자로 정리됩니다. 다만 해설마다 "개별 사안은 실제 사업 구조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단서가 함께 붙어 있으므로, 자신이 AI 기능 자체를 상품으로 팔고 있지는 않은지는 한 번 확인해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납품물 안에서 AI가 계속 돌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AI 상담 챗봇, AI 상품 추천, AI 리뷰 요약처럼 방문자가 들어올 때마다 AI가 응답하는 기능을 붙여 납품했다면, 그 사이트를 운영하는 클라이언트가 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 됩니다. 제31조 제1항의 사전 고지 의무가 여기서 생깁니다. 최근 아임웹·식스샵·카페24 모두 AI 상담이나 추천 기능을 앱·기본 기능 형태로 붙이기 쉬워졌기 때문에, 몇 번 클릭으로 켠 기능 하나가 사이트의 법적 성격을 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기능을 켠 주체와 의무를 지는 주체가 갈리는 지점이라, 제작을 맡는 쪽에서 먼저 짚어 드리는 편이 좋습니다.
화면 안에서만 쓰이면 결과물 표시는 빠집니다
여기서 실무 부담이 크게 갈립니다. 안내 지침 해설에 따르면 챗봇 응답처럼 서비스 화면(UI) 안에서만 제공되고 외부로 유통되지 않는 결과물에는 결과물별 표시 의무가 적용되지 않고, 서비스 초기에 AI 활용 사실을 한 번 안내하면 충분한 것으로 정리됩니다. 반대로 AI로 만든 상세페이지 이미지나 영상을 SNS·광고 소재로 내보내면 외부 유통에 해당합니다. 영상은 시작 전, 오디오는 재생 초기에 안내가 필요하고, 실제 인물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사람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가시적 표시가 요구됩니다. 즉 "챗봇 붙이기"는 안내 문구 한 줄로 끝나는 작업이고, "AI 소재를 광고로 돌리기"는 별개의 검토가 필요한 작업입니다.
견적서와 계약서에 넣을 세 줄
제작을 맡는 입장에서 정리해야 할 것은 법 해석이 아니라 책임의 경계입니다. 다음 세 줄이면 대부분의 다툼이 정리됩니다.
첫째, 산출물 목록에 AI 기능 포함 여부와 종류를 적습니다. 챗봇·추천·요약 중 무엇을 켰는지 남겨 두면 나중에 "그런 기능이 있는 줄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둘째, 사전 고지 문구의 작성과 배치를 제작 범위에 넣을지 정합니다. 작업이라면 견적 항목으로 잡고, 아니라면 범위 밖임을 명시합니다. 셋째, 운영 단계에서 콘텐츠를 새로 올리며 발생하는 표시 책임은 운영자에게 있음을 적습니다. 납품 이후 클라이언트가 AI로 만든 광고 소재를 올리는 것까지 제작사가 책임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계도기간은 유예이지 면제가 아닙니다
법은 2026년 1월 22일 시행됐고, 개정 시행령은 2026년 7월 1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정부는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운영하며, 투명성 조항에 대해서도 같은 기간 동안 사실조사와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고 안내·컨설팅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다만 유예되는 것은 제재이지 의무 자체가 아닙니다. 지금 계약서에 한 줄을 넣어 두는 비용과, 계도기간이 끝난 뒤 이미 납품한 사이트 수십 개를 거슬러 올라가 손보는 비용은 규모가 다릅니다.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납품물 안에서 AI가 계속 돌아가는지가 기준입니다. 시안을 AI로 뽑은 제작사는 도구를 쓴 이용자이고, AI 챗봇이 켜진 사이트를 운영하는 클라이언트가 사전 고지 의무를 집니다. 화면 안에서만 오가는 응답은 안내 한 줄로 정리되고, 밖으로 나가는 이미지와 영상은 표시가 필요합니다. 견적서에는 AI 기능의 종류를, 계약서에는 고지 문구의 작성 주체와 운영 단계의 책임 소재를 적어 두시면 됩니다.
누끼토끼는 아임웹·식스샵·카페24 제작 실무와 AI 자동화 운영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견적 범위를 나누는 기준과 계약서 문구를 정리해 둔 칼럼과 강의를 통해, 비슷한 판단이 필요할 때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